팔단금이란?
팔단금은 여덟 개의 간단한 초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팔단금(八段錦)'이란 이 공법이 여덟 부분으로 되어 있다는 뜻이고, '금(錦)'이란 그 자세가 아름답고 부드러워 비단 같다는 뜻이다.
이 공법은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도인술의 동공과 정공을 결합한 전형으로, 고대 양생사와 도인 발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팔단금은 남조 양나라(502~557) 시대에 생겨난 것으로 역사가 길다. 양나라 시대에 도홍경이 쓴 <양성연명록>의 일부 동작은 팔단금의 정형화된 동작들과 비슷하다. 팔단금이 구체적으로 형성된 때는 송나라(960~1279) 시대이다. 팔단금이라는 이름은 최초로 북송의 홍매가 엮은 이견지 (堅)에 수록되었으나 팔단금의 구체적인 공법은 실려 있지 않다. 남송으로부터 두 가지 팔단금이 전해져 내려왔는데, 하나는 증조(도교학자)의 팔단금이고, 또 하나는 여덟 신선의 한 명으로 전해지는 종리의 팔단금이다.
팔단금은 명·청 시기에 이르러 크게 발전했다. 주권의 '팔단금도인법( 八段錦導引法)'에 따르면, 팔단금은 각 동작에 일곱 개의 한자로 이름을 붙였다. 당시에는 곡조까지 붙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초식 별로 일곱 글자의 제목, 곡조를 붙인 가결(訶訣), 작은 글씨로 된 주석이 있고 8폭의 좌공도가 그려져 있으며, 그림마다 명칭이 있다. 그 공법의 동작이 전면적이며 기억하기 쉽고, 실행이 쉬울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수련하기에 적합하여 광범위하게 전파되었다고 한다.
또 팔단금의 동작을 더욱 축약한 사단금도 있다. 결국 팔단금은 기존의 복잡한 건강술을 대중이 배우기 쉽게 줄이고 줄인 동작의 결집이라 할 수 있다. 팔단금은 배우기 쉽고, 기억하기 쉽고, 효능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가문에서 대대로 전수되고,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귀한 비단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자자손손 전해 내려오고 있다.
팔단금은 민간에 널리 행하여졌을 뿐만 아니라, 궁정에서도 성행했다. 황제가 신하들과 함께 수련했다고 한다. 삼국시대 제갈량과 위문제, 진나라의 문인 서예가 왕희지, 저명한 문인 소동파, 송나라의 주자학자 주희, 명장 악비,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 부자, 청나라 건륭 황제와 자희 태후, 근대 중국의 국가 주석 모택동과 주은래 총리 부부 등 모든 사람이 즐겨 수련했다. 현재 중국에서도 전체 성과 현의 지방 자치단체에서 보급하고 있고, 각급 학교에서도 팔단금을 활발히 보급하고 있다.
한국에 팔단금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백오 김성욱
한국에 팔단금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는 백오 김성욱이다. 주역학자인 백오는 뛰어난 한문 실력으로 우연히 팔단금을 익히게 됐다. 지금도 치악산에서 칩거하며 주역을 연구하고 있는 백오 선생은 어릴 때부터 부친으로부터 한문과 천문, 그리고 주역을 배웠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기업체에 취직했다가 스스로 그만둔 그는 주역 연구에 평생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운동은 하지않고 주역에만 몰두하니 몸이 비대해지며 건강이 나빠졌다. 온갖 병마가 찾아왔다. 몸에 좋다는 약을 다 먹어도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그 부작용으로 고생하였다.
서적과 온라인 영상을 통하여 중국의 3대 기체조(도인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스승을 찾아 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2009년 여름에 지인이 한 분을 소개해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분 나이가 일흔이라고 했다. 말라서 약해 보였으나 행동거지가 남달리 민첩하고 오래 걸어도 조금도 피곤함이 없었으며, 다들 다리 아프다고 앉아 있는데도 혼자 서계셨다. 여럿이 함께 경사가 급한 산을 오르는데, 뛰어서 오르고 또 뛰어서 내려가셨다. 그리고 힘든 기색이 전혀 없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녹다운 상태인데 혼자 몸이 경쾌하셨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팔단금을 오랫동안 수련하였다고 하였다. 그분은 대학 교수로 한문 해석에 막힌 부분이 있었는데 백오 선생이 이를 쉽게 풀어줬고, 대학 교수는 그 보답으로 팔단금을 가르쳐 줬다고 한다. 대학 교수는 대만에서 유학하며 팔단금을 배웠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초식씩 배웠고, 다음 주에 만날 때까지 그 동작을 완벽하게 익혔다. 처음에는 동작이 간단해서 쉬워 보였는데 하면 할수록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고 한다.
굳어진 몸을 뒤틀고 젖히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가서 치료받거나 약을 먹기도 하였다. 또 인대가 손상되어 고생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동안 워낙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것이었다. 대학 교수는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선인에게 가르치고 악인에게 전하지 말라.' 곧, 사람이 아니면 전하지 말라(非人不傳)이다.
백오는 팔단금을 하기 전 키 166에 80kg였는데, 집중적으로 수련한 지 3개월 만에 몸무게가 10kg가 빠졌고, 6개월 뒤에는 66kg가 되었다. 8개월 뒤에 몸은 가벼워지고 몸이 가벼워지니 정신이 맑아졌다. 정신이 맑아지니 생각도 긍정적으로 하게 되었다. 산만함이 없어지고 집중력이 좋아져서 두꺼운 책을 쉬지 않고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끈기도 생겼다.
몸이 건강해짐은 물론 기력이 증진되니 자신감도 생겨서 일에 대한 열정이 증가하였다. 백오는 여든 살의 무술의 고수를 만났는데, 그가 하는 말이 자신은 자동차 스프링을 부러뜨리는 괴력을 가졌는데 팔단금 동작 중에서 활쏘기 동작(제2초식) 만 30년 했다고 하였다. 전심전력하여 이 동작을 하루에 30회 이상 3년 하면 괴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서양 운동은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데 비해 동양 운동은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동작이 빠르면 효과는 빠르나, 혈기의 손상이 염려되고 동작이 느리면 효과는 느리지만 기를 축적할 수 있다. 빠른 공법은 피를 끓게 하고 느린 공법은 기를 온축한다. 빠른 공법은 신속하지만 가볍고 느린 공법은 완만하지만 무겁다. 팔단급은 느리게 힘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삼는다.
선무 이길우 사부는 백오 선생에게 팔단금을 배운 뒤, 수년 전부터 고도원의 아침편지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초구 아버지센터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팔단금을 보급해 왔다. 또 중국문화원, 홈플러스의 문화센터와 각종 기업체에서 건강 강의를 통해 팔단금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대한팔단금협회 설립의 초석을 다졌으며, 최근에는 수련 제자들과 팔단금 수련 경험을 소개하는 책 <오! 나의 팔단금>을 펴내기도 했다.